본문 바로가기

영화이야기

영화를 통한 심리치료 - 심리적 기제 (2)

영화의 관객은 영화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나 상황 등을 모델링하여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습니다. 동일시를 통하여 영화 내에서 관객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긴 여러 장치나 이야기의 진행 방향 속에서 관객 개개인에게 가지는 의미들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자신과 맞는 의미를 인식하게 되면 이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영화 시청이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서입니다. 여기서 시작하여 지난 포스팅에서는 '동일시, 모델링'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동일시와 연관이 되는 '투사'라는 개념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투사 (Projection)

 

 영화는 영사기를 통해 영상을 스크린에 투사합니다. 관객은 영상을 보며 개개인의 경험과 감정에 기반하여 자신의 "의미"를 투사합니다. 이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얻어내는 의미가 다른 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상, 세계관, 성격, 경험에 따라서 다릅니다. 

 

우리는 필름을 보는것이 아니라 스크린에 던져진(투사) 영상을 봅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우리는 우리 외부에 있는 것으로부터 보게 됩니다. 요새 정치판을 보면 내로남불이 판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한 짓은 죽어도 돌아보지 않으면서 상대 당의 한 행동의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지요. 투사의 개념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남을 지적하는 정치인들은 정말로 자신의 문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은 투사의 개념을 재치있게 짚어낸 말입니다.

 

 왕의 남자 속 연산은 눈 앞에 펼쳐지는 공연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찾습니다. 사약을 마시는 광대를 마치 자신의 진짜 어머니인 것처럼 껴앉으며 울부짖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약을 내린 후궁 역할의 광대들을 칼로 찌릅니다. 연산은 눈 앞의 무대와 자신을 '동일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동일시는 '투사'를 동반합니다. 자신의 감정, 동기, 경험들을 실제 상황에 던져 넣지요.

 

 프로이트가 투사와 동일시에 대해서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투사란 용납할 수 없는 자신의 문제나 결점을 외부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동일시는 용납할 수 없는 충동은 부정하지만, 충동을 유발시키는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투사와 동일시라는 개념을 합성하여 "투사적 동일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투사는 대상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비춰보는 것 까지만 말합니다. 투사적 동일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뒤, 그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 여기는 단계까지 이어집니다. 투사된 내용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와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A는 B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시기합니다. B는 A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A는 자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옳지 않고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억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A는 B의 여러 행동 속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시기와 질투를 읽습니다. B의 실제 감정과는 상관 없이요. A는 그것을 진짜라고 여기고 B가 자신을 시기 질투한다 여기고 이를 통제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투사적 동일시의 예시입니다. 

 

영화를 통한 투사의 과정

 

(1) 투사적 동일시를 통한 인지적 정서적 해석 단계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상황이 있어야 합니다. 인물의 상황이나 정서를 먼저 인지한 뒤, 이것이 자신의 것과 동일하다고 느껴 '동일시'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지요. 관객은 "아 저 주인공과 내 상황이 같구나" 라거나, 반대로 등장인물에게 반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2) 내재화 단계

 

이 단계에서 관객은 동일시한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하나의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바로 그 감정과 상황을 자기 혼자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끼는 것입니다. 등장인물이 겪은 것을 내면에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것입니다. 이 때 관객은 그 감정과 상황에 대한 "소유의식"을 느낍니다.

 

(3) 전이 단계 (영상에 관한 탐구 단계)

 

영화 속 캐릭터가 겪고 있는 정서나 감정을 자기 자신의 것과 동일시 하는 과정을 관객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왜, 어떻게 그것이 동일시 되는지를 탐색하는 단계를 겪습니다. 영화를 본 후 느꼈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가치들이 영화 속에 있는 것 뿐 아니라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보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수용하는 단계에 까지 이를 수 도 있습니다. (Woltz, 2003b)

 

투사의 치료적 효과

 

정신분석의 대가 프로이트는 "투사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은 자기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과 성격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일어난다"(Freud, 1949)라고 말했습니다. 자기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힘들기에, 외부에 나타난 것에 부정적인 것들을 쏟아내는 것이지요. 이를 투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무의식적 방어기제라고 봅니다. "나는 너를 미워한다"가 "너는 나를 미워한다"로 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투사는 무의식적 작용이기 때문에 본인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투사를 의식적으로 깨우쳐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무의식 속 심리 상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말입니다. 투사의 대상은 나와 관련이 없지만, 투사되는 것은 내면에 있는 "그림자" 내지 "찌꺼기"입니다. 이것들을 바로 봄으로서 자신에 대한 심리적 교정이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