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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영화를 통한 심리치료 - 심리적 기제 (1)

영화 시청은 즐겁습니다. 최소한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때문이죠. "진짜 같은 거짓 세계"에 빠져들어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고 자신을 투사하며 몰입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허구에 동조된 순간, 영화 속 스토리가 진행되며 그 안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찾고 느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의미에 대한 인식은 행동할 힘을 줍니다. 영화가 현실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죠. 그렇기에 "영화"는 심리치료의 도구로 많이 사용됩니다. 영화가 심리치료로 사용될 수 있는 "영화의 심리적 기제"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동일시 - 모델링

 

인간은 어떻게 학습할까요? 대부분의 인간 학습은 특정 모델에 대한 관찰과 모방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Bandura, 1973). 이를 동일시 또는 모델링이라고 합니다. 긍정적 결과가 기대되는 특정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이에 대한 반복으로 인하여 학습이 된다는 것이지요. 리모콘을 들면 TV에서 재미있는 영상이 나온다는 걸 관찰한 아이는, 부모가 쇼파에 앉기만 해도 리모컨을 가지고 옵니다. 또 혼자 놀 때는 이 리모컨을 들고 TV 앞에 앉아있기도 하지요. 

 

물론 인간이 관찰한 모든 것들을 따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관찰한 것을 수행하느냐 아니냐는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관찰 대상인 모델의 나이, 성, 지위에 따라 달라지며, 관찰자가 의존적인 성향인지 독립적인 성향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또한 특정 행동을 했을 때 행동에 대한 보상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따라서 특정 조건이 달성된다면 "영화"라는 가상의 모델을 통해서도 충분히 관찰학습과 그 학습으로 인한 행동 유도가 가능합니다. 모델링이라는 인간 심리적 기제를 이용한 심리 치료가 가능하니 영화를 통한 심리 치료 또한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관찰학습의 과정

 

 (1) 주의집중과정 [주의과정]

 관찰자가 모델링의 대상에 집중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과 행동들이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관찰자의 주의를 끌지는 않습니다. 모델이 어떤 관찰 자극을 유도하는지, 관찰자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에 따라서 주의 과정은 양상이 달라집니다.

 

 (2) 기억 과정 [파지 과정]

  관찰자가 주의 집중한 모델의 행동을 뇌리에 담아두는 과정입니다. 행동을 기억 또는 유지하는 과정이죠. 특정 이미지나 느낌으로 기억될 수도 있고 언어화되어 논리적으로 기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3) 운동 재생과정 [재현과정]

 관찰자가 모델의 행동을 기억한 뒤에 자신의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경우는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교정하게 되며 점점 정교한 행동이 됩니다.

 

 (4) 동기 과정

 위 과정을 거쳐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행동을 할만한 동기가 있어야만 수행되지요. 

 

위 과정 중 하나라도 건너뛰면 관찰학습은 실패합니다. 모델링 되지 못하고 불완전해집니다. 그러므로 모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네 과정의 모델링에 대한 기여도가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서 어느 과정이 다른 과정보다 더 큰 기여를 하기도 합니다. 

 

 

관찰학습의 효과

 

(1) 모델링 효과

 

 관찰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첫 번째는 앞에서 이야기 한 모델링 효과입니다. TV나 유튜브,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관찰자가 학습하여 이를 체화시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때로 뉴스를 보면 영화나 인터넷에서 폭력적인 장면들을 보게 된 일부 사람들이 그 폭력을 그대로 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부정적 모델링 학습입니다. 모델링 학습 자체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2) 금지 효과 (제지 효과)

 

 관찰학습을 통해 특정 행동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반대로 특정 행동을 금지시킬 수 있습니다. 현대 시대가 오기 전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대중 앞에서 시행했습니다. 특정 범죄 행위에 대한 결과를 눈으로 지켜본 시민들에 대한 금지 효과를 유발한 것입니다.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떠들며 돌아다니다가 혼난 친구를 본 초등학생이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3) 탈제지 효과

 

 금지 효과와 반대되는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금지효과로 인해 특정 행동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학습했는데, 나중에 그 행동이 처벌을 피하거나 그보다는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기존 금지 효과로 억눌렸던 행동들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20살이 되어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나, 거짓말을 한 친구가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본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하는 경우들이 예시가 됩니다.